모든게 처음이였던 내생에 첫 출산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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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추석이 지났을 무렵 식욕이 갑자기 엄청 생기면서 몸 상태가 좀 이상한 것 같아서 혹시나 해서 테스트기를 해봤는데 두줄이 뚜둔… 혹시나 해서 다시 해봤는데 역시나 두줄이 점점 선명하게 나왔습니다. 뭔가 실감나지도 않고 기분이 이상했는데 남편은 장난치지 말라며 사인펜으로 칠했냐고 하더군요? 임신사실을 알면 왠지 감격하는 장면들을 상상했는데 현실은 응? 임신이라구? 진짜 임신 한건가?? 이런느낌 이였습니다. 일단 산부인과에 가야지 하고 다음날 바로 집 앞에 있는 라온 산부인과로 가게 되었지요.
사실 결혼 준비하며 스트레스로 인해 생리불순이 생겨 한번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박원장님이 진료봐주시고 나중에 결혼하고 신혼 충분히 즐기다가 나중에 애 낳을 때 오세요 했는데 정말 말이 씨가 되었습니다ㅋㅋ 복부 초음파를 했는데 안보여서 질초음파를 하니 0.02mm 정말 콩보다 더 작은 아기집이 보이더군요. 어제 왔으면 안보여서 피검사 했을꺼라고 하셨는데 타이밍 좋게 아기집을 보고 갈 수 있었습니다. 박원장님이 아마 9월 8일이나 9일쯤에 생긴 것 같다고 하셨는데 9월9일이 딱 결혼기념일 이였어요. 남편한테 우리 1년후쯤 자녀계획을 하자 했는데 정말 1년만에 딱 생겨버렸답니다ㅋㅋ 하지만 여전히 실감은 안나더라구요.
안정기에 접어들기 까지는 일단 아무한테도 알리지 말자 하고 6주 이후에 심장소리 들을 수 있다고 하셔서 다시 병원에 방문했는데 박원장님이 휴진이셔서 김원장님께 진료를 보게 되었습니다. 박원장님의 쿨한 느낌과는 반대로 김원장님은 세상 친절하신 느낌 이였어요ㅋㅋ 박원장님은 뭔가 대수롭지 않다는 식으로 말씀해주셔서 걱정을 안하게 되고 김원장님은 모든걸 다 설명해 주셔서 걱정이 안되는 느낌이랄까 아무튼 두분 다 좋으셨어요! 그리고 3주후에 다음 정기검진이 되었는데 어떤 원장님한테 볼꺼냐고 물으시더라구요. 접수하는 그 짧은 순간에 고민을 하다가 저도 모르게 김원장님이요..라고 대답을 했고 옆에 있던 남편이 왜 박원장님 배신하냐며 웃더라구요. 궁금한거 있냐고 물어보시면 순간 아무생각 안나서 아니요 하고 집오면 생각나고 그랬는데 김원장님은 물어볼께 없을 정도로 설명을 자세히 해주셨던게 생각나서 저는 김원장님에게 진료를 보기로 결정!(조리원 동기 언니들은 다 박원장님 이셨는데 박원장님도 매력이 철철 넘치셔요ㅋㅋ) 라온산부인과는 책임 분만제로 본인 담당 원장님이 책임지고 애 나올 때면 휴진인 날도 오셔서!! 언제든!!!!! 애를 받아주신다고 해서 원장님 선택이 나름 중요한 것 같았어요. 그래도 열달동안 계속 봐오던 원장님이 진통 왔을 때도 함께하면 뭔가 마음이 편해질 것 같은 느낌이였죠. 생각해보면 책임 분만제로 원장님들은 정말 힘드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했어요 ㅠㅠ
라온산부인과는 정기검진 때마다 입체초음파를 항상 같이 봐서 당연히 다른 병원도 그런줄 알았는데 다른데는 딱 두번정도만 그것도 추가비용을 더 내고! 본다고 하더라구요. 처음엔 그냥 집앞이라 가까워서 왔었지만 친절한 원장님과 간호사분들을 보고 참 잘 왔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다른 병원은 초음파도 짧게 대충 봐주는데도 많다던데 라온은 정말 오래 아주 자세히 봐주셔서 너무너무 좋았습니다. 초음파사진 봐도 뭐가 뭔지 몰랐는데 설명을 잘 해주셔서 대충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가 됐어요. (처음에 저 초음파 사진 보고 원장님한테 닭인가요..?라고 물어봤었어요ㅋㅋ) 저는 정말정말 딸을 원했지만 원장님은 자꾸 다리사이를 보여주시면서 이거 보이냐고 말씀하시더라구요… 그 후로도 미련을 못버리고 정기검진때마다 혹시 없어지진 않았나요 했는데 안없어진다고 아기 다리사이 확대해서 사진 뽑아주셨어요…ㅋㅋ
큰 이벤트 없이 무난하게 아기는 항상 주수 평균으로 잘 자라주었고 원장님이 아기 머리가 주수 평균에 비해서 작은편이고 엄마도 젊고 건강한 편이라 왠만하면 자연분만 할 수 있을 꺼라고 하셔서 별 걱정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희 아가는 하늘보는 아기였고 그게 진통을 계속해도 안돌지는 몰랐어요.. 예정일을 3일 정도 남기고 처음으로 윽 하는 가진통이 왔고 예정일 일주일 전쯤 살짝 이슬이 비친적이 있어서 진통어플을 켜고 주기를 체크해보니 좀 애매한거 같아 밤 12시가 다 되서 병원에 전화를 했습니다. 주기적인 진통이 아니면 좀 더 지켜보라고 하셔서 기다리다가 어자피 집앞인데 그냥 한번 가보자 해서 새벽1시가 넘어서 윽윽 거리며 걸어서 병원에 도착.내진을 해보니 전날 원장님이 내진 했을때와 똑같이 1센티 그대로였어요. 그래도 수축이 계속 잡혀서 두시간 후에 다시 검사해 보기로 하고 남편과 병원에서 진통을 견디며 두시간을 버텼습니다. 그냥 집에 가고싶었는데 두시간 후에 다시 검사했을 때 진행은 안되는데 수축이 짧아져서 입원하기로 했어요. 그리고 고난의 진통시간….진통은 계속 세지는데 진행이 안되는 상황… 내진을 아무리 해도 계속 1센티.. 전 그렇게 10시간을 넘게 진통을 하다가 아침이 되었고 오전 10시쯤 김원장님이 오셔서 내진하고 초음파를 봤는데 여전히 아가는 하늘보고 내려오지 않는 상태.. 오전까지만 좀더 지켜보기로 하는데 무통도 못맞고 진통만 심해서 간호사분이 엉덩이에 진통제를 놔주셨습니다. 그나마 조금 살 것 같았지만 태어나서 처음 겪어보는 진통에 정신을 못차리고 있었어요. 12시가 되어 다시 초음파를 해봤지만 달라진게 없는 상황. 김원장님은 아직은 산모 아가둘다 괜찮지만 13시간 가까이 진통을 했는데 이렇게 진행이 안된거면 문제가 있는거라고 수술을 해야 될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자연분만의 미련을 버리지 못해 한시간만 더 해보겠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한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했고 남편이 울면서 그냥 수술하자고 해서 결국 제왕절개를 하게 되었어요.(그래서 전 제모도 두번 했습니다…자연분만과 제왕절개는 제모하는 부위가 다르더라구요?) 생각지도 못했던 수술이라 떨렸지만 수술실 들어가서도 간호사분이 계속 말걸어주시고 손도 잡아주셔서 갑자기 혼자 울컥울컥. 하반신 마취를 하는데 정말 하반신이 녹아 없어지는 느낌이였어요. 수술복을 입으신 김원장님이 들어오시고 수술이 시작 됐는데 정신은 깨어있으니 기분이 정말 이상하더라구요. (평상시 친절한 느낌의 김원장님은 소문대로 수술복을 입으시니 카리스마가 넘쳤어요ㅋㅋ) 수술이 시작되고 얼마후 아기 울음소리가 들렸고 저도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나더라구요. 사람들이 아기울음소리 나면 눈물 난다던게 진짜였어요. 저희 아가는 6월2일 오후2시5분 3.37kg 건강한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김원장님이 아가 울음소리 들리죠? 건강해요 하는데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아기 얼굴보여 주셨는데도 실감이 안나고 아 이제 수면마취하고 자고 일어나면 다 끝나 있으려나 했는데 전 수면마취를 안했는지 그냥 몽롱하기만 하고 눈을 계속 뜨고 있었어요ㅋㅋ 제 착각인지는 몰라도 후처치 끝나고 나올때까지 그냥 정신이 다 들어있어서 난 언제 수면마취하지 하고 있었는데 끝나고 나와버려서 엥?
나와보니 친정부모님 동생 시어머니 그리고 얼마나 울었는지 얼굴이 벌개진 남편까지…정신이 몽롱한 상태로 잠은 안들고 누워서 멀뚱멀뚱 천장만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제왕절개는 수술 후 24시간동안 고개들지 않고 그대로 누워서 물도 못마시는게 가장 힘들다고 하더군요.. 두시간 정도 회복실에 있다가 병실로 옮겨지고 반가운 얼굴의 김원장님이 오셔서 수술에 대한 설명과 궁금한점을 물어보셨어요. 저희 아가는 자궁벽에 끼어서 계속 하늘을 보고 돌지 못했었다고 자궁벽이 터지기 직전에 수술을 했다고 좀 더 진행됐으면 위험했을 꺼라고 하셨는데 원장님이 빨리 판단하고 수술을 권유해 주셔서 참 다행이였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원장님이 딱 배를 열자마자 아가가 얼굴을 스윽 내밀고 있었다고 하셨어요ㅋㅋ 저는 평소에도 아기 욕심이 많았어서 네명 정도를 갖고 싶었던 터라 원장님이 궁금한거 있냐고 물어보셨을 때 제왕절개는 최대 몇 명까지 낳을 수 있냐고 물어봤고 원장님은 엊그제 여섯째까지 받아보셨다고 했어요. 남편은 옆에서 마취도 안풀린애가 왜 벌써 저러나싶은 표정이였고 김원장님은 요즘 기술이 좋아져서 넷까지는 안전하게 할 수 있다고 하셔서 마음이 놓였어요. 넷째까지 책임지고 받아주신다고 약속도!! ㅋㅋ 배에 힘이 들어가면 아팠는데 친정아빠가 소변줄 연결된 소변통 보더니 자꾸 오렌지쥬스 많이 모았다며 웃겨서….하 아빠 제발…ㅋㅋ
마취가 풀리면서 진통이 점점 심해졌고 페인버스터 버튼을 무한으로 누르다가 간호사분이 엉덩이에 진통제 놔주셔서 다시 조금 살아났다를 반복하며 고통의 시간을 보냈고 그나마 다리에 공기압 마사지기를 해주셔서 좀 나은 것 같았어요. 다음날 아침이 되었고 움직이지 않고 있으려니 너무 힘들어서 간호사분이 오셨을 때 다리 조금 구부려도 되냐고 물어봤는데 다리는 구부리셔도 되요 목만 들지 마세요 해서….네…? 왜 전 밤새 차렷자세로 미동도 없이 버텼는지…?ㅋㅋ 24시간이 지나고 소변줄을 빼고나서부터는 6시간 이내에 소변을 봐야 된다고 갑자기 움직이면 쓰러질 수 있으니 천천히 조금씩 움직여 보라고 하셔서 침대 조금씩 올려가며 일어나는데만 한시간이 넘게 걸렸어요. 사람들이 제왕은 후불제 고통이라고 말하던게 생각나며 난 이제 시작인가 싶었지요. 흰죽을 먹는데 먹기만 하면 배가 너무 아파서 배고픈지도 모르겠고 아무것도 안먹고 싶더라구요.나중에 알고보니 전 배에 가스가 많이 차있는 상태라 더 아팠던 거라고 하셨어요. 그냥 이게 훗배앓이인가 싶었는데 그게 아니였던거죠. 김원장님이 회복이 너무 더딘 것 같다고 꼼꼼히 봐주시던 중 원인이 가스가 안빠져서 그런걸 발견하고 가스빼는 주사와 진통제를 놔주셔서 그 후부터 한결 회복이 빨라졌어요!
아 이제 좀 나아지려나 싶었는데 또다시 젖몸살이라는 고난이 찾아왔어요… 왜 아무도 젖몸살은 안알려준건지.. 전 개인적으로 출산보다 젖몸살이 더 죽을 것 같았어요… 유선이 하나도 안뚫린 상태에서 젖이돌기 시작해서 가슴이 불덩이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겨드랑이에는 호두 만한 부유방이 생겨서 깜짝 놀랐어요… 왠 호두가 겨드랑이에 세개나 생겨버렸지? 부랴부랴 마사지를 예약하고 간호사분이 가져다주신 아이스팩을 끼고 아예 아가를 데려다 놓고 수시로 물리기를 반복.. 이틀가까이 밤새서 물리고 마사지를 받아 겨우 살아났고 너무 지친 상태로 조리원으로 가게 됐어요.
그나마 조리원에 오니 살 것 같았고 병실에 있을 때 수유를 계속 해서 수유하는데는 큰 어려움 없이 지냈습니다. (조리원쌤들이 저 수유하는거 보고 둘째냐고 물으실 정도로ㅋㅋ) 조리원에 계신 선생님들은 정말 친절하셨고 궁금한걸 물어보면 언제든 친절히 답변해 주셔서 너무 좋았어요. 일단 아가를 예뻐해 주시는게 느껴져서 더 좋았던 것 같아요! 다른 조리원은 밥도 맛없다고 하던데 라온조리원은 밥도 맛있고!! 수요일엔 점심에 미니뷔페라서 더좋고!! 식당 이모님들도 어찌나 친절하신지 항상 먼저 인사해주시고 허리 숙이면 힘들다고 밥도 방 안까지 놓아주셔서 참 감사했어요. 조리원 프로그램들도 시간맞춰서 최대한 참여했고 유익한 정보들도 많이 얻을 수 있는 시간이였습니다. 첫째라서 모르는것도 많고 우왕좌왕 했었는데 조리원 생활하면서 자신감도 좀 생기고 기본적인 것들을 잘 알 수 있는 시간이였어요. 신생아실 옆에 있는 마사지기에 앉아있다보면 애기들 우는 소리가 들리는데 누가 이렇게 우나 하고 보면 항상 제 아들…ㅋㅋ 오며가며 볼때마다 항상 조리원쌤들에게 안겨 있더니만 엄마를 너무 일찍 알아버린 엄마 껌딱지가 되었죠. 밤에도 잠을 푹 못자고 보채서 조리원쌤들이 고생 많이하신 것 같았어요.. 밤되면 조용하고 어두운 구석쪽으로 자리를 옮겨 재워주시더라구요… 엄마 너무 힘들 것 같다는 걱정들과 함께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조리원 퇴소의 날이 왔고 꼼꼼하게 주의사항 설명을 해주시고 아주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오게 됐습니다.
집으로 돌아오고 일주일정도 지났을 때 조리원에서 전화가 왔어요. 엄마 괜찮으시냐고 아기가 보채지는 않나면서.. 밤에 잠은 잘 자냐고 걱정되서 전화를 하신거였어요. 저는 다른사람들도 다 전화해주는 줄 알았는데 조리원동기 언니들한테 물어보니 저한테만 전화를 해주셨더라구요. 기억해주시고 걱정되서 전화해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요즘도 조리원쌤들이 종종 보고싶어요ㅠㅠ 아가는 생각보다 집에서도 수월하게 적응해줬고 힘들지만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얼마전에 산후 검진을 받으러 다녀왔었는데 김원장님을 오랜만에 뵈니 너무 반갑더라구요. 여전히 친절하게 이것저것 설명해주시며 밝은 얼굴로 맞아주시던 김원장님.. 출산한게 엊그제 같은데 아가 100일이 얼마 남지 않았더라구요. (정말 신기하게 아가 100일도 9월 9일 아기 처음 생겼던 결혼기념일!) 병원이 터미널쪽으로 이전한다고 하는데 전 둘째 셋째 넷째 앞으로 쭉 라온으로 갈 생각입니다! 첫 출산이였지만 큰 걱정없이 잘 지낼 수 있었던건 편안한 분위기의 병원과 친절하신 간호사 원장님들 덕분인 것 같았거든요! 쓰다보니 할말이 너무 많아서 길어졌네요 ㅋㅋ 다시한번 라온에 모든 원장님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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